▲ 버바 왓슨이 2012년 마스터스 연장 두 번째 홀이던 10번 홀 숲에서 두 번째 샷을 하던 중계방송 화면 모습(왼쪽 사진). 오른쪽은 샷 결과를 궤적을 그려 나타냈다. |
2012년 마스터스 연장 2번째 홀
티샷 훅 걸려 공 숲속으로 들어가
대회 사상 2번째 최고의 샷 구사
변칙스윙도 메이저제패 가능 입증
골프에서는 정석 스윙을 구사하지 않아도 우승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미국의 버바 왓슨도 그중 한 명이다.
왓슨은 왼손잡이. 같은 왼손잡이인 필 미켈슨과는 다른 스윙을 하고 있다. 왓슨의 양손과 골프채는 몸이 아닌 거의 머리 위에서 논다. 양쪽 팔꿈치 내지는 팔의 위치가 몸쪽으로 붙으면서 시계추 역할을 담당한다는 일반적인 스윙을 그는 거부한다. 스윙 아크는 지면과 거의 수직으로 세워져 있지만 매우 크다. 잘 맞으면 폭발적인 장타가 나온다. 왓슨의 최고 드라이브 샷 거리는 350야드 정도다.
왓슨은 폭발적인 장타력에도 불구하고 2012년까지 PGA투어에서 우승은 3차례였다. 더구나 메이저 타이틀은 근처에도 못 갔다. 그러던 왓슨에게 2012년 4월 마스터스에서 기회가 찾아왔다. 3라운드까지 선두에 2타 차였기에 따라붙을 기회가 있었고, 갑작스레 우승 후보로 주목받았다.
▲ 이인세 골프역사 칼럼니스트 |
같은 조의 왓슨과는 순식간에 4타 차로 달아났다. 우스트히즌은 이후 15번 홀까지 단독 선두로 우승권에 훨씬 가까워졌다. 한센도, 미켈슨도 1타 차로 따라붙었다. 우스트히즌과 플레이하던 왓슨은 안간힘을 썼지만, 12번 홀까지 출발할 때의 6언더파를 유지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마스터스가 어떤 대회인가. 반전은 13번 홀부터 시작됐다. 왓슨은 이 홀을 시작으로 버디 사냥에 시동을 걸었다. 15번 홀까지 4개 홀에서 연거푸 버디 행진을 했던 것. 왓슨은 급기야 16번 홀에서 우스트히즌과 10언더파로 공동 선두로 도약했다. 우스트히즌과 왓슨의 우승 가능성이 높아졌다. 왓슨과 우스트히즌은 18번 홀까지 이 스코어를 지켰고 연장전 승부를 펼치게 됐다.
마스터스 플레이오프는 파 4홀인 18번 홀과 10번 홀 2개 홀 타수를 합산해 챔피언을 가린다. 둘은 18번 홀에서 치른 연장 첫 홀에서 티샷과 두 번째 샷까지 실수가 없어 나란히 파를 기록했다. 연장 두 번째 홀인 10번 홀에서 둘은 긴장한 탓인지 티샷 실수가 나왔다. 왼손잡이 왓슨의 티 샷은 훅이, 우스트히즌의 샷은 슬라이스가 났다. 비슷한 위치였고 그린의 핀이 숲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여기에서 왓슨의 기막힌 샷이 나왔다. 공이 거의 90도를 휘면서 거짓말처럼 그린으로 올라 핀 3m에 붙었다. 반면 우스트히즌은 그린에 조금 못 미쳤다.
승부는 이 홀에서 결정됐다. 우스트히즌은 보기에 그쳤지만, 왓슨은 2퍼트로 파를 기록하며 생애 첫 메이저 우승을 차지했다. 왓슨의 플레이는 마스터스 역대 2번째 최고의 샷으로 기록됐다. 우스트히즌은 2010년 브리티시오픈 우승에 이어 메이저 타이틀을 추가할 기회를 잡지 못했다. 왓슨은 이후 2015년 마스터스에서도 두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왓슨은 정석 스윙이 아닌 변칙 스윙으로도 메이저에서 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입증했다.
골프역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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