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건강 상태 혼선···주치의 "아주 좋다", 백악관 "우려" - 중앙일보 - 중앙일보

seridapura.blogspot.com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주치의 숀 콘리가 3일 월터 리드 군 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입원 치료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건강 상태에 관해 서로 모순된 정보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을 치료 중인 의료진은 환자 상태가 아주 좋다고 말했지만, 백악관 관계자들은 지난 24시간 동안 활력 징후(vital sign)가 우려스러운 수준이었고, 앞으로 48시간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의료진이 장밋빛 그림을 제시한 데 비해 백악관은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

션 콘리 대통령 주치의와 트럼프 대통령이 입원 치료 중인 월터 리드 군 병원 의료진은 3일(현지시간)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트럼프 대통령 상태가 안정적이라고 밝혔다.

콘리 주치의는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 아침 상태가 아주 좋다"면서 "지난 24시간 동안 열이 없었다"고 말했다. 또 현재 산소호흡기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날인 1일 가벼운 기침과 약간의 코막힘, 피로감을 보였으나 지금은 모두 나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의료진 중 한 명인 션 둘리 박사는 대통령의 심장, 신장, 간 기능은 정상이고 숨을 쉬거나 걷는 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의료진은 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폐 손상 여부나 퇴원 시기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마크 메도스 백악관 비서실장이 3일(현지시간) 월터 리드 군병원에서 입원중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건강 상태에 대해 기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하지만 의료진이 기자회견을 마친 직후 마크 메도스 백악관 비서실장은 AP통신에 "대통령이 전날 아주 우려스러운(very concerning) 시기를 보냈고, 향후 48시간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완전한 회복으로 가는 분명한 경로에 아직 들어선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CNN과 로이터, 블룸버그통신도 같은 내용으로 보도했다. CNN은 트럼프 건강 상태를 아는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의 활력 징후가 지난 24시간 동안 우려스러운 수준이었고, 앞으로 48시간이 관건"이라고 전했다.

이날 의료진 기자회견은 트럼프 대통령 건강 상태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기보다는 의문을 더 남겼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산소호흡기를 쓴 적이 있는지를 묻는 거듭된 질문에도 콘리 주치의는 끝까지 답변하지 않았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확진 받은 날인) 목요일은 산소를 안 썼다. 지금도 안 쓰고 있다. 어제(입원 당일) 여기(병원) 있는 동안에도 우리 팀은 산소를 쓰지 않았다"고 답했다.

AP통신과 뉴욕타임스( NYT)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월터 리드 병원에 입원하기 전 백악관에서 산소호흡기를 사용했다고 보도했다.

NYT는 "대통령이 전날 백악관에서 호흡에 문제가 있었고 (혈중) 산소 수치가 떨어져 의료진이 산소호흡기를 제공하게 됐다"고 전했다.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을 군 병원으로 옮겨 더 좋은 장비로 모니터하고 문제가 있을 경우 더 신속하게 치료받게 하기 위해" 입원이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산소호흡기를 써야 할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아 결국 입원 결정이 내려졌다는 것이다.

이는 백악관이 설명한 입원 경위와 다르다.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은 당시 "대통령은 가벼운 증상만 있고, 기분이 좋다"면서 "대통령은 예방 차원에서 월터 리드에 갔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 판정을 받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일(현지시간) 월터 리드 군병원에 입원하기 위해 대통령 전용 헬기인 마린 원에 탑승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콘리 주치의는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진단받은 지 72시간이 됐다"고 말해, 알려진 것보다 확정 판정을 빨리 받은 것인지 의문을 낳았다. 72시간 전이면 30일 수요일에 진단받은 게 돼 참모 호프 힉스보다 먼저 확진 받은 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 밤늦게 확진을 통보받고 2일 새벽 트위터를 통해 이를 공개했다.

콘리 주치의는 결국 보도자료를 내고 "진단 3일 차를 말하려고 했는데 잘못 표현했다"고 정정했다. 그는 "대통령의 코로나19 첫 진단은 1일 저녁 이뤄졌고 2일 리제네론 제약사의 항체 치료제를 투여받았다"고 해명했다.

미국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 건강 관련 정보의 투명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며 우려를 제기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Let's block ads! (W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