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석과 얼음, 금속성 유체 섞여 있고 지구 질량 55배 달해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토성이 두르고 있는 고리를 거대한 지진계처럼 활용해 행성 내부의 핵이 지금까지 알려진 것과는 달리 얼음과 암석이 금속성 유체와 섞여 있는 형태라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토성의 핵은 딱딱한 암석으로 돼 있는 것으로 연구돼 왔다.
핵의 크기도 토성 지름의 60%로 지구 질량의 55배에 달해 이전 추정치보다 큰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학교(Caltech)와 외신 등에 따르면 이 대학 이론물리학 조교수 짐 퓰러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토성 C 고리의 나선형 파장을 분석해 핵의 구조를 밝혀낸 연구 결과를 과학 저널 '네이처 천문학'(Nature Astronomy)에 발표했다.
지구와 달, 화성 등은 표면에 지진계를 설치하고 내부를 통과하는 진동파의 변화를 분석해 내부 구조를 파악한다.
가스형 행성은 이런 분석이 불가능해 궤도를 도는 탐사선이 중력장의 변화를 탐지해 내부구조를 추정하지만, 토성은 핵이 중력장에 미치는 영향이 적어 내부구조를 정확히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과학자들은 토성의 내부 진동이 고리에 파장을 만들어 이를 지진계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1990년대 초부터 갖게 됐으며, 이후 연구를 통해 C 고리가 중력장의 변화에 따른 독특한 나선형 파장을 갖고 있다는 점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이 이론을 토대로 지난 2017년 13년간의 탐사 임무를 마치고 토성 대기로 뛰어들어 산화한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탐사선 카시니(Cassini)호가 수집한 자료를 분석했다.
그 결과, 토성의 핵은 경계가 분명하지 않은 모호한 형태로 얼음과 암석, 수소와 헬륨 금속성 유체가 뒤섞여 있으며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얼음과 암석 비중이 높아지고, 바깥쪽일수록 금속성 유체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까지는 토성의 핵이 암석으로 돼 있고 금속성 유체와도 분명하게 구분되는 것으로 제기돼 왔다.
또 핵은 지구 질량의 55배에 달하는데, 암석과 얼음은 17배, 나머지는 금속성 유체가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논문 제1 저자인 캘텍 박사후연구원 크리스토퍼 만코비치는 "토성에는 늘 진동이 있지만 미세해 감지하기 어려웠다"면서 "토성의 표면은 호수의 느린 물결처럼 1~2시간마다 약 1m가량 움직이고 토성의 고리는 지진계처럼 이런 중력 변화를 반영해 입자들이 움직이게 된다"고 과정을 설명했다.
퓰러 조교수는 "토성의 고리를 거대한 지진계처럼 활용해 행성 내부의 진동을 측정했다"면서 "가스형 행성의 내부구조를 지진학적으로 분석한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토성이 가진 모호한 핵에 대한 증거이자 같은 가스형 행성인 목성도 희석된 핵을 갖고있을 수 있다는 NASA 탐사선 '주노'(Juno)의 관측 결과와도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핵 형성 과정에서 가스를 끌어모아야 한다는 점에서 가스형 행성이 암석으로 된 핵을 먼저 형성하고 가스를 끌어모은다는 기존 가스행성 형성 모델에 도전을 제기하는 것이기도 하다.
eomns@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21/08/17 11:15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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