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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정심도 안든다'…LH 직원들 극단적 선택에도 싸늘한 여론 - 아시아경제

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전북본부장 A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12일 경기도 성남시 LH 경기지역본부 모습.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최은영 기자] 최근 신도시 투기 의혹과 관련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는 가운데 LH에 대한 여론은 여전히 싸늘한 반응이다.

최근 직장인들을 위한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LH 투기 의혹과 관련된 글이 수백 건 올라오고 있다.

투기 의혹 초반만 해도 LH 직원으로 추정되는 누리꾼들이 "높은 층이라 (시위하러 온 시민들의 목소리가) 안 들린다. 꿀잠", "꼬우면 이직하든가", "니들이 암만 열폭(열등감 폭발)해도 난 열심히 차명으로 투기하면서 정년까지 꿀 빨면서 다니련다" 등의 게시글이 다수 올라왔다. 이같은 사실이 드러나자 누리꾼들의 비판은 더욱 거세졌다.

이후 12일 경기 성남 분당에서 LH 본부장급 간부 A 씨(56)의 변사체가 발견된 데에 이어 13일 에도 파주에서 50대 직원 B 씨가 숨진 채 발견되자 블라인드에는 고인에 대한 무분별한 막말과 비난을 쏟아내는 글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한 회사원은 "죽은 사람에게 할 이야기는 아니지만, 극단적 선택을 하면 모든 사건이 종결되는 법을 고쳐야 한다"라며 "본인이 극단적 선택을 하면 사건이 종결되니 이런 사태가 벌어진다"라며 비난했다. 또 다른 회원은 "LH 분들, 극단적 선택하지 말고 자수해서 광명 찾아라. 인정하고 사과하고 (부당 이득) 뱉어내면 되지 않느냐"고 조롱했다.

LH 직원의 잇따른 사망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몇몇 누리꾼들이 올리는 부적절한 게시글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LH 직원들의 극단적 선택 소식이 전해지며 일부 누리꾼들의 도넘은 고인 모독이 문제가 되고 있다. /사진 = '블라인드' 캡처

한편 경기도 북부 경찰서에 따르면 13일 오전 10시 50분경 파주시 법원읍 삼방리의 한 컨테이너에서 50대 LH 직원 B 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앞서 전날에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서 50대 LH 본부장급 간부 A 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A 씨의 집에서는 '국민께 죄송하다' , '책임을 통감한다' 등의 내용이 담긴 유서가 발견됐다. 잇따른 LH 직원의 극단적 선택 소식에도 국민적 여론이 싸늘하기만 하면서 LH 내부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LH 사장 출신인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사의를 표명하고 일각에서는 해체설까지 거론되는 등 조직의 위기가 느껴지며 직원들은 "일에 손이 잡히지 않는다"라며 염려하고 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최은영 인턴기자 cey121481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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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소비자들 배달 앱 이용 자제 움직임
"잇따른 노동자 과로사에 죄책감", "기업들 바뀌어야"
지난해 과로사한 택배노동자 16명
24시간 이내 '신속배송', 노동자 건강에 큰 부담
전문가 "과로사 문제 커지면 소비자 행동 구체화할 수도"

지난 1월29일 서울 송파구 서울동남권물류단지에서 택배 노동자들이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서울시에 거주하는 프리랜서 신모(27) 씨는 최근 택배업체 신속배송 서비스 이용을 자제하고 있다. 그는 최근 택배노동자 과로사 관련 보도를 잇따라 접하고 난 뒤 택배 서비스 이용을 꺼리게 됐다"며 "내 주문이 노동자들의 과로에 간접적으로 기여하는 것 같은 생각 때문에 죄책감이 든다. 과로 논란이 없는 업체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시도도 해 봤지만, 솔직히 유통업 전체가 피땀으로 얼룩져 있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일부 소비자들이 '배달 이용 자제' 선언을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금 당장 택배 서비스 이용을 완전히 끊는 것은 불가능하더라도 조금씩 줄여나가겠다는 것이다. 특히 이들은 택배업 근로자의 작업량을 급격히 늘려 온 신속배송 수요를 줄여 과로 문제를 해소하길 희망하고 있다. 전문가는 이같은 소비자 행동이 구체화할 경우 유통업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유통업체들의 적극적인 과로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배달 서비스 이용을 꺼리게 된 사람은 신 씨 뿐만이 아니다. 경기도 화성 거주 직장인 김모(31) 씨는 택배노동자 과로사 논란을 보면서 "격무에 시달리며 사는 게 우리들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해졌다"고 토로했다.

이어 "나 한 사람이 택배를 쓰지 않는다고 해서 근로 환경이 바뀌거나 노동자들 삶이 더 나아질 거라 생각하지는 않지만, 항의 차원에서 평소 이용하던 배달 앱을 삭제했다"며 "언젠가는 기업들이 근로 환경에 더 신경 쓰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고 했다.

택배노동자 근로 환경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도 확산하고 있다. 특히 누리꾼들은 당일 주문한 상품이 다음날 오후 도착하는 신속배송 서비스를 문제로 지적하기도 했다.

한 누리꾼은 트위터에 "24시간 총알배송이 노동자 입장에서 사실 엄청난 부담인데, 경쟁 과열로 마치 기본 서비스처럼 인식되는 측면이 있다"라며 "추가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마땅한 개선 방안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썼다.

또 다른 누리꾼은 "당분간 신속배송 서비스 이용은 중단하기로 했다"며 "사람이 갈려나가는 데 나 혼자 살짝 더 편해진다고 무슨 의미가 있을까"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지난 1월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사회적 합의기구의 합의 일방 파기하는 재벌택배사 규탄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택배사를 규탄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실제 택배노동자들의 과로사는 끊이지 않고 있다.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16명의 택배노동자가 과로사로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택배업계 과로사의 원인은 당일 주문해 바로 다음날 자택에 배송해주는 신속배송 서비스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신속배송 서비스는 유통업 주문 체계 전산화·빅데이터 분석 등 최신 IT 기술 도입의 혁신이기도 하지만, 근로자들의 심야 노동 비중을 높인다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

예를 들어 11일 주문이 들어온 물품을 다음날 오후까지 배송하려면, 이날 심야부터 12일 새벽까지 물품 정리·포장·배송 준비 작업을 완료해야 한다. 이렇다 보니 신속배송 이용이 늘수록 노동자들의 심야 및 새벽 근무 강도도 높아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심야·새벽 시간 근무는 심장 및 뇌혈관 질환 발생 확률을 증대시켜 과로사로 이어질 수 있다.

임상혁 녹색병원장은 지난해 10월 한 매체에 기고한 글에서 "과로사의 원인 중 장시간 노동보다 더 위험한 게 바로 심야노동"이라며 "심야노동은 수면장애를 유발하고 부주의한 행동 및 안전사고 가능성을 높인다"라고 경고한 바 있다.

임 원장에 따르면 심야노동은 인간의 생체 리듬을 헤쳐 심혈관계질환 발생 위험을 증가시킨다.

그는 "많은 회사들이 직원의 근로 강도가 높아지지 않도록 관리해 과로사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매우 잘못된 생각"이라며 "장시간노동보다 더 위험한 게 심야노동이며, 자정까지 주문을 하면 다음 날 새벽에 물품을 받는 이른바 '총알배송'은 노동자를 죽이는 배송"이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는 유통업계 과로사 문제가 심화할 경우 소비자들의 '배달 불매' 움직임 또한 구체화할 가능성이 크다며, 유통업체들의 적극적인 노동 환경 개선 노력을 촉구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윤리적인 문제에 민감한 소비자들일 수록 노동자의 처우 문제 등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고, 이러한 반응들은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확산할 수 있다"며 "택배 노동자들의 과로사 문제가 계속 고쳐지지 않고 악화되면 전면적인 온라인 배달업체 불매 운동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이같은 문제가 발생하면 유통업체 및 종사자들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유통업체 스스로 문제가 심각해지기 전에 신속한 노동 환경 개선에 나서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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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세대 10명 중 7명 "두 달에 한 번 호캉스 즐긴다"
전문가 "젊은층 과시 욕구와 연관"

편집자주[편집자주] 당신의 청춘은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고 있습니까. 10대부터 대학생, 직장인까지 '청춘'들만의 고민과 웃음 등 희로애락을 전해드립니다.
부산 해운대 한 특급호텔.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무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 직장인 김모(29)씨는 최근 결혼기념일을 맞아 서울 시내 한 특급호텔 스위트룸을 예약했다. 김씨는 "결혼기념일을 의미 있게 보내고 싶었지만, 코로나19 때문에 여행을 가기가 꺼려져 호텔을 예약했다"며 "남편과 둘이서만 가기 때문에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요즘은 어딜 가나 남 눈치가 많이 보이는데 호텔은 그런 게 없으니까 편할 것 같았다"고 했다. 이어 "과거에 비해 호텔이 많이 저렴해져서 큰 부담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 하늘길이 막히면서 먼 곳으로 여행을 가기보다는 인근 호텔로 발걸음을 옮기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가족 및 지인들과 호텔에서 어울리며 수영·스파 등을 함께 즐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젊은층 중 일부는 호텔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거나 방에서 아예 나오지 않고 넷플릭스 등을 시청하는 등 고립감을 즐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급 호텔들은 하루 숙박비가 30~50만원에 달해 경제력을 갖춘 중장년층에게 인기가 높았으나, 최근에는 20·30세대에게 더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는 젊은층의 과시 욕구 등이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취업준비생 이모(25)씨는 최근 친구들과 함께 호텔 객실을 예약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외출하는 일 자체가 줄어들다 보니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취업 준비를 위해 집에서 공부만 하다 보니 점점 더 지쳐갔다"며 "마음 맞는 친구들과 호텔에서 조식 등을 먹으며 힐링하고 싶다"고 했다.

사진=인스타그램 화면 캡처.

청년층은 평균 두 달에 한 번꼴로 '호캉스'(호텔+바캉스)를 즐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여행사 '익스피디아'가 지난해 12월 20·30세대 여행객 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10명 중 7명은 평균 두 달에 한 번 호캉스를 즐긴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들은 꼭 해외여행이 아니어도(62.5%), 먼 곳까지 가지 않아도(60.5%) 여행에서 오는 행복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인스타그램에서도 '#호캉스', '#호캉스그램' 등의 해시태그를 달고 있는 사진이 잇달아 올라오고 있다. 한 누리꾼은 호텔 객실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을 올리며 "호텔에서 1박 2일 푹 쉬고 가니까 행복하다"며 "코로나19 때문에 지쳤던 일상을 보상받는 기분"이라고 했다.

이 가운데 20·30세대 중 일부는 가족·지인들과 어울려 호텔을 즐기기보다는 홀로 호텔을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콕족'(호텔에 콕 박혀있는 소비자)이라고도 불리는 이들은 호텔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면서 안식을 얻는 것이다.

또 다른 직장인 오모(28)씨는 "지인들과 우르르 가기보다는 혼자 호텔에서 여유를 만끽하고 싶다"며 "지인들과 함께 가면 신경 써야 할 점이 많다. 누군가에게 신경을 쏟기보다는 온전히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갖고 싶다"고 했다. 이어 "호텔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 연락도 받지 않은 채 하루를 보내고 싶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여행을 즐길 수 없게 된 젊은층이 대안책으로 호텔을 찾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여행을 가기 어려워졌다. 반복되는 일상에 지친 청년층이 일상의 생기를 되찾기 위해 호텔을 찾게 된 것"이라며 "또 젊은층의 과시욕구와도 연관있다.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해 일상생활이 단조로워져서 SNS에 올릴 것이 없는데, '나는 특별하다'는 과시욕을 보이기 위해 호텔로 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영향으로 호텔이 과거보다 훨씬 저렴해졌다. 이전에 갈 수 없었던 고가의 호텔을 비교적 저렴한 금액으로 즐기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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