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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즈에 선물 같은 정해영 “커브 연마 '영끌' 중이죠” - 한겨레

★별별스타★ 기아 타이거즈 투수 정해영

작년 KBO 21번째 고졸신인 데뷔승
팀내서 “15승 선발감” 잠재력 평가
정회열 전 기아 수석코치 아들
“정면승부 하란 아버지 말씀 새겨”

라이브 피칭 훈련 중인 정해영. 기아 타이거즈 제공
라이브 피칭 훈련 중인 정해영. 기아 타이거즈 제공
프로야구에서 신인 선수의 활약은 팬들에게 늘 흥분을 안겨준다. 무엇이 들었는지 모르는 선물 상자를 풀었더니 금덩이를 발견할 기분이랄까. 야구팬 특히 기아 타이거즈의 팬이라면 지난해 ‘선물’ 같은 신인이 있었다. 고졸 루키로 기아에 입단한 정해영은 지난 시즌 47경기에 출전 5승(4패), 평균자책점 3.29, 1세이브 11홀드의 준수한 성적을 올렸다. 이닝당출루허용률(WHIIP) 1.70을 기록하며 기아의 필승조로 우뚝 섰다. 이런 활약에 기아 팬들은 그에게 ‘아기 호랑이’란 별명을 붙여줬다. 정회열(53) 전 기아 수석코치의 아들로 대를 이어 ‘타이거즈맨’이 된 프로 2년 차 정해영을 3일 전화로 만났다. 그와 나눈 대화를 ‘정해영의 시간’으로 재구성했다. ■아침 9시 스프링캠프가 진행 중인 요즘, 정해영은 아침 9시까지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 ‘출근’한다. 공식적인 훈련은 정오부터지만, 그는 3시간 일찍 나와 개인 훈련을 시작한다. 지난 시즌 썩 괜찮은 성적으로 올렸지만, 리그 후반으로 갈수록 체력적 부담을 느꼈다. 그래서 이번 캠프에서 집중하는 것도 체력 훈련이다. “웨이트 트레이닝과 러닝에 집중하고 있다”는 정해영은 “올 시즌 1군에서 리그 끝까지 잔 부상 없이 마무리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구단이 정해영에 거는 기대도 크다. 벌써부터 매트 윌리엄스 기아 감독이 “중요하게 쓰겠다”며 공식적으로 밝힐 정도다. 정명원 투수코치도 “15승 선발감”이라며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다. 이런 평가에 대해 정해영은 “선발, 필승조 다 좋다. 주어진 임무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쑥스러워했다. 그러나 “선발로 뛰고 싶은 욕심은 있다”며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본인을 “투피치 스타일”이라고 분석한 그는 “다양한 구종 확보가 필요하다는 코치진 조언에 따라, 느린 구종 특히 커브 연마를 위해 노력 중이다”라고 말했다. 성과를 말하긴 이르다. “지금은 (맞는) 그립을 찾아 나가는 과정”이라고 정해영은 말했다. 패스트볼의 속도도 현재 시속 140㎞ 중반에서 1~2㎞ 더 늘리기 위해 볼을 좀 더 앞으로 끌고 나오도록 연습 중이다.
기아 타이거즈의 정해영. 기아 타이거즈 제공
기아 타이거즈의 정해영. 기아 타이거즈 제공
■밤 9시27분 2021년 7월1일 밤 9시27분. 그가 평생 잊을 수 없는 시간이다. 고졸 입단 뒤 첫 1군 무대에 데뷔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아직도 그때만 생각하면 가슴이 떨린다. 그는 “마운드에 올라가는데 긴장을 많이 했다. 평소에 아버지가 ‘차라리 안타를 맞아라, 볼넷은 주지 마라’고 조언을 하셔서 그것만 지키자는 마음으로 올라갔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한화 이글스에 1-3으로 지고 있던 9회초, 기아의 매트 윌리엄스 감독은 정해영을 깜짝 카드로 꺼냈다. 중계를 맡았던 민훈기 〈스포티브이〉 해설위원이 “이 중요한 순간에 고졸 신인을 올린다”며 놀라기도 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첫 타자 정은원에게 볼넷을 내주며 불안한 출발을 했던 정해영은 후속 타자 오선진을 병살로 처리하며 위기에서 벗어났다. 이어 한화를 대표하는 김태균과의 대결. 정해영은 김태균을 3구 삼진 아웃을 시키며 야구팬들을 기함하게 했다. 기아는 9회말 극적 뒤집기에 성공해 정해영은 이날 KBO리그 역사상 21번째 고졸 신인 투수 데뷔전 승리라는 기록을 남겼다. “김태균 선배는 늘 텔레비전으로 봤는데 엄청 신기했다. 삼진 아웃을 잡고 나서 내색은 못 했지만 너무 짜릿했다”는 정해영은 “집에 돌아와서 부모님께 칭찬을 많이 받았다”며 당시의 기쁨을 전했다. ■저녁 7시 훈련을 끝내고 집에 돌아오는 시간이다. 공식적은 훈련 뒤 별도의 개인 훈련은 하지 않는다. 가족들과 저녁을 먹거나 친구들과 맛집을 찾아다니며 휴식을 취한다. 내일의 훈련을 위해 정해영에게 꼭 필요한 순간이다. 아버지와도 이야기를 나눈다. 정 전 코치는 포수 출신. 볼 배합 등에 대해 조언을 해주느냐는 물음에 “아니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구체적인 조언을 하지 않으신다. ‘볼넷만 주지 말아라’ 정도가 유일한 조언이다”고 말한 정해영은 “정면승부를 하고, 열심히 하라는 아버지의 말을 늘 간직하고 있다. 평소에 배짱이 좋은 성격은 아닌데 아버지의 말을 마음에 새기면서 자신감이 많이 붙었다”고 말했다. 1군 잔류라는 목표 외에 올해는 내심 올림픽 출전도 바란다. 청소년 대표로 뛴 경험이 있기 때문에 올림픽 메달은 그의 ‘꿈’이다. 정해영은 “한국의 야구 선수라면 올림픽에 한 번이라도 출전해 보고 싶을 것이다. 열심히 하면 기회가 올 것이라 생각한다. 기회를 잡아 메달을 꼭 목에 걸고 싶다”며 각오를 다졌다. 최근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팀 선배 양현종은 그의 롤 모델이다. 7년 연속 10승 이상 올린 꾸준함을 본받고 싶다. 당연히 훗날 기회가 되면 메이저리그에도 도전해 보고 싶다. 그는 “정해영 하면 ‘기복 없는 꾸준한 선수’라고 기억되고 싶다”며 “지난해 코로나19 때문에 경기장에 관중이 적었는데 올해는 많은 관중 앞에서 볼을 던지고 싶다. 많이들 찾아와주셨으면 좋겠다”며 당차게 말했다. 양현종의 미국행으로 투수진 공백이 생긴 기아. 올 시즌 ‘아기 호랑이’ 정해영의 해야할 일이 더욱 많아지는 것은 아닐까.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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